
칼 페이의 Nothing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스마트폰 Phone(1)은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괜찮은 가성비를 가지고 있기에 그렇기도 하고, 칼 페이 특유의 노이즈 마케팅에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나 핵심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칼 페이가 창업했던 또 다른 회사, OnePlus 때문입니다.
칼 페이와 Cyanogen Mod

2013년, Oppo의 피트 라우가 Cyanogen Mod와 협상에 성공하여 Oppo N1이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됩니다. 카메라가 회전하는 기믹 말고는 별 특이한 점이 없었으나, Cyanogen Mod의 안드로이드 커스텀 롬이 탑재되어있다는 것에 많은 관심이 쏠렸었습니다. 커스텀 롬이라 함은 제조사가 탑재한 안드로이드가 아닌 제3사 등이 개발하여 배포한 비공식 안드로이드를 말하는데요. 한때 Cynogen Mod는 커스텀 롬의 대명사라 불릴 정도로 그 명성이 뛰어났습니다. 삼성에서 Cynogen Mod 팀에 갤럭시 S2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붙일 말도 없죠.
아무튼, Oppo N1이 이런 특이한 방식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을 계기로 피트 라우는 칼 페이와 함께 Oppo에서 나와 OnePlus를 창업합니다 - 물론 "나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오포의 세부 브랜드에 더 가까운 형태입니다.

그렇게 Cyanogen Mod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나 싶더니, OnePlus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린 사건이 터집니다.
Cyanogen Mod, 상업화와 독점계약

Cyanogen Mod가 돌연 소스를 비공개하고 상업화할 것이라는 발표를 한 것입니다. 오픈소스일 때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시간을 들여 Cyanogen Mod의 발전에 도움을 줬었는데, 이 모든 개발자들을 배신한 커스텀 롬 계의 최대의 사건이었죠.
Cyanogen Mod의 상업화와 함께 또 다른 사건이 터집니다. 인도의 Micro Max사와 독점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이미 OnePlus와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이중계약이 벌어진 것이죠. 개발자들에 대한 배신에 이어, OnePlus에 대한 배신이었습니다.
독점계약으로 인해 Cyanogen Mod 사용권이 사라져버린 OnePlus는 Micro Max에게 판매금지 소송을 당하고 맙니다.
원플러스와 마이크로맥스간 소송 관련 기사
https://m.economictimes.com/tech/hardware/one-plus-micromax-resolve-dispute-over-cyanogen-os/articleshow/47204988.cms
결국 내부 개발자들 간 충돌이 발생, Cyanogen Mod의 아버지인 스티브 콘틱은 Cyanogen Mod에서 나와 Lineage OS를 만듭니다. 현재 가장 유명한 커스텀 롬이죠. 결국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로 핵심 개발자들이 떠난 Cyanogen Mod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해결책, paranoidandroid와 Oxygen OS

사용할 안드로이드 배포판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OnePlus와 칼 페이는 자가 개발을 선택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부족한 신생 회사인 만큼 OnePlus는 외부 인력을 고용하는 방향을 택했는데요. 바로 커스텀 롬 시장에서 점유율이 두번째로 가장 높던 paranoidandroid의 창업자 및 UI/UX 최고 인력을 전부 끌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여파로 paranoidandroid는 얼마간 개발 중단까지 해야 했으니 거의 paranoidandroid측의 핵심 인력 대부분을 동원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이 개발한 OnePlus의 안드로이드가 바로 Oxygen OS입니다. 아무래도 성능과 최적화를 지향하던 커스텀 롬 시장에서 활동하던 개발자들을 불러온 만큼 Oxygen OS는 그 시작부터 굉장히 개발자 친화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인 XDA에 많은 OnePlus 기기들을 제공하고, 오픈소스에 부트로더를 언락해도 워런티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부트로더 언락은 굉장히 파격적이었는데, 현재까지도 삼성은 부트로더 언락과 함께 워런티가 사라지고 삼성 Knox가 물리적으로 사용 중단되게 만들게 하는 등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부트로더 언락에 관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고의 타이밍, Google Pixel 출시

Oxygen OS와 OnePlus가 개발자 친화적인 모습을 내세우며 인기를 얻어가는 동안, Google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브랜드 Nexus가 사라지고 Pixel로 개편됩니다. 당시 굉장히 높은 가격 정책으로 논란이 됐는데, 이 덕에 OnePlus가 반사이익을 얻게 됩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Google Pixel 대신 OnePlus를 선택했죠. OnePlus 3부터는 메이저 업데이트를 3년까지 해주는 등 여러모로 좋은 타이밍에 좋은 서비스를 통해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거기에 중국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비중이 대부분인 OnePlus였기에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죠.
몰락: Oppo 개입
이때 Oppo가 OnePlus를 인수합니다. 인수 직후 OnePlus에 대한 많은 개입이 있었고, Oxygen OS는 이름만이 남고 Oppo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Color OS가 탑재되죠. 결국 paranoidandroid의 개발진 대부분이 OnePlus를 퇴사합니다. 칼 페이 역시 이 대열에 합류했죠.
칼 페이 원플러스 퇴사 관련 기사
https://www.google.com/amp/s/techcrunch.com/2020/10/16/oneplus-co-founder-carl-pei-confirms-he-has-left-the-company/amp/
처음부터 다시, Nothing

OnePlus를 떠난 칼 페이는 그렇게 Nothing을 창업합니다. 이런 과거가 있기에 Nothing은 그 시작부터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또 그렇기에 Phone(1)이 출시되기도 전부터 많은 관심이 따라오는 것입니다. 칼 페이가 소프트웨어 면에서 혁신을 만들어내겠다고 할 때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그게 가능하겠냐는 야유보다 많은 환호성이 터진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미 한번 해냈기 때문이죠.
물론 완전히 깨끗한 사람만은 아닙니다. OnePlus 당시에도 유저와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었고 Nothing Phone(1)에 충전기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좋다는 유저의 트윗에 해당 유저를 차단하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과연 이번에도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 때는 개발자 친화적인 어느정도 규모있는 회사의 안드로이드라는 혁신이었다면, 이번에는 훨씬 넓고 이루기 힘든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 연동성이 그 초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 페이를 믿어보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그가 당시 불가능해보였던 일을 해냈기 때문이겠죠.
성공한다면 안드로이드계의 또 다른 혁신이 될 것입니다. 브랜드 상관 없는 부드러운 유기성이 정말 현실화 된다면 애플의 가장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7월 12일 Phone(1)이 정식 발표되는 그 날을 기다려봅니다.
'News & Information > 스마트폰 관련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의 떡, ASUS Zenfone 9 (0) | 2022.07.30 |
---|---|
Nothing Phone(1), 발표 (0) | 2022.07.13 |
의리, LG V50 ThinQ 안드로이드 12 (0) | 2022.07.10 |
극한, ASUS ROG Phone 6 (0) | 2022.07.08 |
팀킬으로부터의 자유, Nothing Phone(1) (0) | 2022.07.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