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이상형을 만나고, 헤어졌다.
제 손은 상당히 큰 편입니다. 손바닥은 평균적인 사이즈이지만, 손가락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긴 편이죠. 그렇기에 의외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마트폰 사이즈는 5.4", 즉 아이폰12 미니와 13 미니였습니다. 미니는 가볍고, 어느정도 타협이 가능한 카툭튀, 그리고 그 크기 자체에 매료됐습니다. 아이폰5를 사용했었을 때는 너무 작다고 느꼈고, 이후 아이폰8의 4.7"는 너무 넓다고 느꼈죠. 두 모델 모두 상당히 오타가 자주 발생하여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사용자 경험이었습니다. 아이폰 미니 시리즈는 이 두 모델의 정확히 중간 사이즈에 위치합니다.
- 아이폰5 - 58.6mm
- 아이폰8 - 67.3mm
- 아이폰12, 13 미니 - 64.2mm
저는 그렇기에 제가 기기 변경을 생각하고 있었을 당시, 비록 아이폰13 시리즈가 출시된지 시간이 상당히 지난 상황이었으나 고민 없이 아이폰13 미니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죠.
그런데 이번 아이폰14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애플은 미니 시리즈를 단종시키는 결정을 합니다. 오히려, 기본 아이폰의 6.1" 사이즈에서 더 키워 아이폰 프로 맥스 시리즈의 크기 - 6.7" 사이즈의 기본형 모델을 가져옵니다. 아이폰 플러스 라인업의 부활이었죠.
큰 폰을 선호하는 사람들
저의 5.4" 미니 사이즈 선호에 대해서는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 12, 13 미니 모델의 판매량 부진으로 인한 생산량 감축 등의 사례가 바로 그것을 뒷받침하죠. 동시에 미니 시리즈의 단종을 정당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큰 폰을 선호합니다.
실제로도 중고 스마트폰을 구입할때를 보면 특히 미니 시리즈의 가격대가 낮으며, 무엇보다도 미니 구입 후 사이즈에 적응하지 못해 거의 신품인 상태로 재판매를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에 애플은 큰 스마트폰의 출시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결정하고, 플러스 라인업의 부활을 발표합니다.
아이폰14 플러스의 메리트
그렇게 발표된 아이폰14 플러스는 미국 기준 $899의 가격표를 달고 등장했습니다. 기본 아이폰14에 비하여 $100 높고, 아이폰14 프로에 비하여 $100 낮은 가격입니다.
$100의 가치
아이폰14와 비교해 $100을 더 주고 얻는 것은 더 커진 화면과 배터리입니다. 기존 아이폰6 시리즈 플러스 라인업이 OIS등을 추가 탑재하고 출시하고, 아이폰7 시리즈 플러스 라인업이 아예 다른 카메라 셋업과 더 커진 램을 가지고 출시하는 등과 비교하면 정말 미미한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폰14 플러스와 아이폰14 프로를 비교하게 되면 차이가 많이 벌어집니다. 더 좋은 카메라, 새로운 다이내믹 아일랜드, 밝은 화면, 새로운 A16 칩 등등이죠. 당연하지만 $100을 더 주고서라도 프로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아이폰14 플러스의 메리트가 단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아이폰14 플러스가 프로에 비해 가지고 있는, 정말 큰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점은 굉장히 특수한 상황에서 그 존재를 들어내죠. 재설계를 통한 수리에서의 이점입니다.
재설계
사실 디자인 면에서는 색상을 제외하면 변경된 부분을 찾아볼수 없습니다. 아이폰14가 정말 달라진 점은 이 밑에 숨어있죠. 아이폰14의 후면 유리는 교체가 가능합니다. 외부에서는 바뀐 것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내부에서는 정말 아예 청음부터 재설계를 통해 정말, 정말 수리하기 쉬운 형태로 변경되었습니다. iFixIt에서 기존 아이폰13 시리즈의 후면 유리 교체가 $349가 들 것이라 어림한것에 비해 아이폰14 시리즈의 경우에는 $169를 제시했습니다.
여전히 "큰 아이폰"을 원하던 소비자들에게 선택지가 하나 늘어난 것은 유의미합니다. 6.7"을 원하는 소비자가 이제는 $1199와 $899 사이에서 고민할 수 있죠.
여전히 부담스럽기에, 다시 미니.
그리고, 이런 메리트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처음 아이폰14 플러스를 실물로 보았을 때는 "생각보다는 괜찮네, 적응할수 있겠네" 였지만, 주머니에 넣어보는 순간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미니는 주머니 안에서 사라지다시피 하여 불편함이 거의 없었습니다. 플러스는 확실히 주머니에 스마트폰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죠. 사용 경험은 더욱 별로였습니다.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거나, 제어 센터를 열기 너무 힘들었고,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긴 손가락을 가지고 있음에도 한 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말 온 힘을 다해 뻗어야 했습니다. 제가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사용하는 것이 평소 사용 패턴이다 보니, 그저 너무 크다 외에는 표현할 단어가 없었습니다. 6.1" 크기의 일반 아이폰14의 경우에는, 물론 미니를 가장 선호하는 제 입장에서는 여전히 크게 느껴졌지만 충분히 적응이 가능한 정도였습니다. 그렇기에 $100을 내고 플러스를 구입하느니, $200을 더 주고 프로를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느껴집니다.
사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사야 한다면 저는 지금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13 미니를 고민 없이 고를 것입니다. 상당히 가격이 출시 때보다도 내려갔고, 이보다도 더 좋은 가격에 미개봉 제품을 구하기도 쉽죠. 사이즈도 제 취향에 완전히 부합합니다. 구입할 수 있는 아이폰 중 가장 좋은 가성비를 자랑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능 면에서도 아이폰14 일반 시리즈에 비해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크지 않습니다. 의외로 원신과 같은 헤비한 게임을 하시는 경우 해상도의 차이 때문인지 아이폰 미니가 다른 라인업에 비해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물론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애플이 작은 화면의 아이폰을 선호하는 유저들을 아예 신경쓰지 않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지 않네요.
애플의 플러스 모델 부활은 최소한 저에게 있어서는 프로 모델의 구입을 독려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 미끼 전략은 확실히 통하고 있죠.
심해지는 프로 쏠림, 미니 부활의 시작점?
애플은 얼마 전 아이폰14와 아이폰14 플러스 모델을 판매량 부족으로 인해 생산량 감축에 돌입했습니다. 이렇게 감축되어 빈 생산 라인에서는 더 많은 아이폰14 프로 모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나오고 있는 판매량 지표를 보면 오히려 미니보다도 판매량이 떨어집니다.
애플은 새로운 라인업의 출시 후 2년 정도 유지, 이후 검토하여 라인업을 이어가거나 폐기합니다. 아이폰15 플러스도 판매량 부진을 보여주게 된다면 미니 라인업 역시 선택지에 포함될 것이라는 추측이 많습니다. 미니의 부활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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